2월 내내 컴활 실기에 매달렸다. 2주 안에 끝내는 걸 목표로 잡았으나 일찌감치 FAIL... 몸 상태가 다시 나빠지기도 했고, 한국사 끝난 이후 알게 모르게 점점 나태해졌던 것 같다.
그러다 슬슬 공고가 뜨기 시작하고, 상반기가 코앞으로 다가오니 진짜 빨리 따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시험 접수부터 하려고 보니 이게 웬걸, 3월 첫째주까지 전부 마감. 하... 결과 나오는 데는 2주가 걸리는데, 3월 둘째 주에 시험보면 3월 말이나 되어야 자격증이 나오고, 그건 또 너무 늦고...
하루종일 대한상공회의소 홈페이지를 들락날락하며 혹시 자리가 빠지지 않는지 계속 살폈다. 옛날에 수강신청 망했을 때의 살떨리던 정정기간으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쓸데없는 집요함을 발휘하며 우여곡절 끝에 25, 27, 28일 접수를 완료했다.
그 와중에 23일에는 한국어 시험, 16일에는 ncs... 물론 포기 상태로 본 시험이지만 시험이라는 상황이 주는 스트레스가 상당했다. 체력적으로도 힘들었다. 아무래도 25일 시험은 무리인 것 같아 가지 않았다. 대신 25, 26일은 총 정리를 했다. 하루종일 노트북만 들여다보고 있자니 눈알이 뽑힐 것 같았다.
27일 시험을 보고 와서 못 푼 문제들 다시 점검하고, 더 잘 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을 안고 집을 나섰다. 일찍 가는게 마음 편할 것 같아 무려 한 시간 반 전에 출발했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딱 거기까지...
버스를 탔다. 종로구에 들어서는 순간 버스가 섰다. 말 그대로 서 버렸다. 도로위에 멈춰서서 앞으로 가지를 못했다. '괜찮아, 아직 시간 여유 있어'. 네 정거장 전, 아직 40분이나 남았으니 괜찮으리라 생각했다. 10분 전, 아직 세 정거장이나 남았다. '내려서 뛸까...' '10분 안에 여기서 대한상공회의소까지 가는 방법이 존재할까...' '...망했네...'
어렵게 어렵게 접수한 3개의 시험 중 내가 본 건 결국 단 하나. 날린 돈과 시간, 자신있을 만큼 준비했던 내 노력, 모든 게 아쉬웠다. 화도 났다가, 하염없이 아쉽다가, 우울하다가, 어제 본 시험이라도 제발 붙었으면 하는 간절함이 차올랐다.
살다 보면, 종종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그게 행운일 때도, 열불나는 불운일 때도 있다. 어제의 경우는 안타깝게도 후자였다. 차가 막히는 걸 미리 알았더라면, 아니, 그냥 전철 탈 걸. 왜 버스를 탔을까. 아무리 아쉬워하고 과거의 나를 원망해봐도 결국 바뀌는 건 없다. 세상은, 또한 인생은 참 가차없다. 결과를 받아들이는 수 밖에. 예기치 못하게 꼬인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 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편이 훨씬 생산적일 것이다.
그리고 이번 경험을 통해 얻게 된 교훈 하나. 중요한 날엔 지하철을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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