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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ri's Diary/키리 이야기7

계획하지 않은 지각 요 몇달동안 매일 아침이 전쟁이었는데, 오늘 드디어 패전을 맞이했다. 정신없이 나오느라 카드를 두고 나왔고, 전철역에 도착해서야 그 사실을 깨달았다. 혹시... 하는 마음으로 출석용 카드를 대 보았지만 반응 무. 침착해, 1회용 카드를 사자, 기계 앞에 섰는데 캐쉬온리. 나는 카드파, 갖고있는 현금 0. 비도오고, 더 이상 무언가 노력이란 걸 하고싶지 않아 그냥 집으로 돌아와버렸다. 엄마는 운동나갔고, 집은 비어있고, 에어컨이랑 음악 틀어놓고 멍 때리면서 커피나 홀짝거리고 있으니 세상 좋은 것. 날씨가 구질구질해서인지 갑자기 영화 이프온리에 나온 Love will show you everything이 생각나서 영상을 틀어 보는데, 원래 이렇게 옛날 영화였나. 흐릿한 화질에 오묘한 패션... 그러고보니 이.. 2020. 7. 23.
0403.2020 점심먹고 청계천 근처를 걷다가 벚꽃을 발견했다. 코로나도 그렇고, 개인적으로도 바쁘게 지내다보니 봄이라든지, 벚꽃 따위는 까맣게 잊고 지냈는데. 금요일 오후 오랜만에 갖는 여유로운 점심에 우연히 발견한 벚꽃이 너무 예뻤다. 역시 종로에는 번쩍번쩍한 빌딩도 많고,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도 정말 많다. 어릴 땐 높은 빌딩을 보고 우와 하며 감탄했는데, 이제는 이런 빌딩숲 속에 있으면 왜인지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내 한숨 속에는, 아아 대체 누굴까 저 비싼 빌딩을 가진 사람은, 과같은 자조적인 감정과, 저런 멋진 빌딩에서 일하는 사람들 부럽다, 하는 지친 취준생의 심정이 담겨있다. 또다시 진로를 틀고 한 달이 지났다. 머릿속에는 감당 안 되는 새로운 지식들과, 가까워지는 면접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하다. 붙을까.. 2020. 4. 3.
소중해, 내 모든 순간 이번 주 토익 취소되고, 학원도 일주일이나 더 미뤄지고, 집에서 멍하니 뭐하고 있는 건지, 이렇게 아무것도 안하고 있어도 되는건지, 이래저래 혼란스럽고 뒤숭숭한 나날이지만 뭔가, 그냥 이 순간순간이 굉장히 소중하게 느껴진다. 오늘은 첫 시도였음에도 얼떨결에 마스크 구매에 성공했고, 창 밖으로 보이는 하늘이 너무 예뻐 아까울 지경이었던 데다, 매일 엄마랑 투닥투닥 하지만 이렇게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 지를 생각해보면 그냥 지금 이 순간, 이 시간이 참 좋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 그 따스하고 날카로운 감정과 감각, 풍경이 시간 속에 갇힌 듯한 모양으로 기억되는 필름 조각이 몇 있는데, 요 며칠 내내 그런 생활을 했다. 앞으로 내 인생이 어떻게 변해갈 지 한 치 앞도.. 2020. 2. 28.
오랜만에 해리포뤄 요즘 번아웃 비슷하게 와서 집에서 빈둥대고 있는데, 그 와중에 다시 해리포터에 꽂혀버렸다. 크리스마스날 해리포터를 보기 시작한 게 화근이었다. 이미 십 년쯤 전에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것도 하필 고3때, 수능을 앞두고도 문제집에 10분 이상 집중을 못하고 책상 아래 숨겨둔 해리포터를 꺼내 읽곤 했다. 불행히도 난 수능을 한 번 더 보게 되었고, 내가 재수 준비를 하면서 가장 먼저 했던 일은 해리포터 책을 눈에 안 보이는 곳에 치우는 일이었다. 십 년 전에는 영화 대사를 줄줄 외우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보니 굉장히 새롭게 느껴졌다. 나도 나이를 먹어서인지, 그때보다는 확실히 감정적으로 공감되는 부분이 참 많았다. 인생의 고난과 역경, 실패를 갑절로 더 겪어서인지 감정의 폭이(특히 슬픔과 고통, 상실.. 2019. 12. 28.
한심한 나레기 2월 내내 컴활 실기에 매달렸다. 2주 안에 끝내는 걸 목표로 잡았으나 일찌감치 FAIL... 몸 상태가 다시 나빠지기도 했고, 한국사 끝난 이후 알게 모르게 점점 나태해졌던 것 같다. 그러다 슬슬 공고가 뜨기 시작하고, 상반기가 코앞으로 다가오니 진짜 빨리 따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시험 접수부터 하려고 보니 이게 웬걸, 3월 첫째주까지 전부 마감. 하... 결과 나오는 데는 2주가 걸리는데, 3월 둘째 주에 시험보면 3월 말이나 되어야 자격증이 나오고, 그건 또 너무 늦고... 하루종일 대한상공회의소 홈페이지를 들락날락하며 혹시 자리가 빠지지 않는지 계속 살폈다. 옛날에 수강신청 망했을 때의 살떨리던 정정기간으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쓸데없는 집요함을 발휘하며 우여곡절 끝에 25, .. 2019. 3. 2.
크리스마스 이브의 레슨 오늘 아이 레슨을 갔더니, 어머님께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챙겨주셨다. 와인과 초콜릿! 매번 기념일을 꼭 챙겨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매일 틀어박혀 공부만 하느라 날짜 개념도 없이 살았는데, 벌써 크리스마스라니. 올 한해도 이렇게 끝나간다. 오늘 레슨한 아이와는 꽤나 오랜시간을 함께 했다. 언제 처음 만났는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2년은 족히 넘었을 것이다. 작년 말부터 콩쿠르 준비 하면서 우여곡절도 참 많았다. 선생 입장에서 콩쿠르를 준비하는 건 처음이었는데, 이게 보통일이 아닌 것이다. 곡을 바꿔야 하나, 레슨을 그만둘까, 내가 뭘 잘못했을까,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정말. 아이를 어르고 달래고, 혼내고, 또 내가 뭘 어디서부터 잘못한 걸까 참회하는 과정이 반복되었고,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다.. 2018. 1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