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해, 내 모든 순간
이번 주 토익 취소되고, 학원도 일주일이나 더 미뤄지고, 집에서 멍하니 뭐하고 있는 건지, 이렇게 아무것도 안하고 있어도 되는건지, 이래저래 혼란스럽고 뒤숭숭한 나날이지만 뭔가, 그냥 이 순간순간이 굉장히 소중하게 느껴진다. 오늘은 첫 시도였음에도 얼떨결에 마스크 구매에 성공했고, 창 밖으로 보이는 하늘이 너무 예뻐 아까울 지경이었던 데다, 매일 엄마랑 투닥투닥 하지만 이렇게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 지를 생각해보면 그냥 지금 이 순간, 이 시간이 참 좋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 그 따스하고 날카로운 감정과 감각, 풍경이 시간 속에 갇힌 듯한 모양으로 기억되는 필름 조각이 몇 있는데, 요 며칠 내내 그런 생활을 했다. 앞으로 내 인생이 어떻게 변해갈 지 한 치 앞도..
2020. 2. 28.
크리스마스 이브의 레슨
오늘 아이 레슨을 갔더니, 어머님께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챙겨주셨다. 와인과 초콜릿! 매번 기념일을 꼭 챙겨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매일 틀어박혀 공부만 하느라 날짜 개념도 없이 살았는데, 벌써 크리스마스라니. 올 한해도 이렇게 끝나간다. 오늘 레슨한 아이와는 꽤나 오랜시간을 함께 했다. 언제 처음 만났는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2년은 족히 넘었을 것이다. 작년 말부터 콩쿠르 준비 하면서 우여곡절도 참 많았다. 선생 입장에서 콩쿠르를 준비하는 건 처음이었는데, 이게 보통일이 아닌 것이다. 곡을 바꿔야 하나, 레슨을 그만둘까, 내가 뭘 잘못했을까,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정말. 아이를 어르고 달래고, 혼내고, 또 내가 뭘 어디서부터 잘못한 걸까 참회하는 과정이 반복되었고,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다..
2018. 1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