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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ri's Diary/키리 이야기

오랜만에 해리포뤄

by Podo-포도쨈 2019. 12. 28.

요즘 번아웃 비슷하게 와서 집에서 빈둥대고 있는데, 그 와중에 다시 해리포터에 꽂혀버렸다. 크리스마스날 해리포터를 보기 시작한 게 화근이었다.

이미 십 년쯤 전에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것도 하필 고3때, 수능을 앞두고도 문제집에 10분 이상 집중을 못하고 책상 아래 숨겨둔 해리포터를 꺼내 읽곤 했다. 불행히도 난 수능을 한 번 더 보게 되었고, 내가 재수 준비를 하면서 가장 먼저 했던 일은 해리포터 책을 눈에 안 보이는 곳에 치우는 일이었다.

십 년 전에는 영화 대사를 줄줄 외우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보니 굉장히 새롭게 느껴졌다. 나도 나이를 먹어서인지, 그때보다는 확실히 감정적으로 공감되는 부분이 참 많았다. 인생의 고난과 역경, 실패를 갑절로 더 겪어서인지 감정의 폭이(특히 슬픔과 고통, 상실감 등 부정적인 쪽으로) 넓어진 느낌이다.

아직 음악을 하고 있다면 꽤나 긍정적인 변화로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지금 내 상황에선 글쎄. 감정의 폭이 넓어진 게 그닥 도움이 되진 않는 것 같다. 더 쉽게 상처받고, 더 쉽게 좌절하고, 예전 같았으면 툭 털고 일어났을 일도 지금의 나에게는 삶을 압도하는 재난처럼 다가온다. 그나마 다행인 건,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다는 것. 덕분에 나는 어찌저찌 버티고 버티는 중이다. 

그래도 이번엔 예전만큼 광적으로 해리포터에 빠지진 않았다. 이젠 그럴 힘도 없나보다. 벌써 또 한 해가 가고, 나는 여전히 이곳에 있다. 너무 지쳤지만, 내년엔 새로운 것에 도전을 할 계획이다. 최근 몇 년간 내가 계획한 대로, 생각한 대로 된 건 아무것도 없다. 그럼에도, 인생 최대의 시련을 무사히 이겨냈던 십 년 전처럼, 이번에도 나는 잘 해낼 것이라고 믿는다.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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