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먹고 청계천 근처를 걷다가 벚꽃을 발견했다. 코로나도 그렇고, 개인적으로도 바쁘게 지내다보니 봄이라든지, 벚꽃 따위는 까맣게 잊고 지냈는데. 금요일 오후 오랜만에 갖는 여유로운 점심에 우연히 발견한 벚꽃이 너무 예뻤다.
역시 종로에는 번쩍번쩍한 빌딩도 많고,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도 정말 많다. 어릴 땐 높은 빌딩을 보고 우와 하며 감탄했는데, 이제는 이런 빌딩숲 속에 있으면 왜인지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내 한숨 속에는, 아아 대체 누굴까 저 비싼 빌딩을 가진 사람은, 과같은 자조적인 감정과, 저런 멋진 빌딩에서 일하는 사람들 부럽다, 하는 지친 취준생의 심정이 담겨있다.
또다시 진로를 틀고 한 달이 지났다. 머릿속에는 감당 안 되는 새로운 지식들과, 가까워지는 면접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하다. 붙을까, 떨어질까. 될까, 안될까. 잘 해낼 수 있을까, 또 망쳐버릴까. 무한 루프 명령를 돌린 것 마냥 생각은 끊임없이 돌아가고 있지만, 잘 될거다. 지금은 그저 그렇게 생각하는 수 밖에. 잘 될거야, 주어진 일에 충실하자.
이 포스트를 남기고 또다시 눈 깜짝할 새에 한 달이 지나있을 것이다. 한 달 뒤 나는 웃을 수 있을까.
눈부신 햇살 아래 핀 벚꽃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 내 인생도 이렇게 빛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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